이번에 읽은 책은 <믜리도 괴리도 업시>이다
처음 듣는 말이었는데 덕분에 믜 < 라는 단어가 깨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책이고
동성애부터 간첩 조작 사건, 스마트폰 중독, 사고 후의 상황 등 다양한 상황을 담은 소설집이다
목차는 『블랙박스』, 『먼지의 시간』, 『매달리다』, 『골짜기의 백합』, 『믜리도 괴리도 업시』, 『사냥꾼의 지도』, 『몰두』, 『나는 너다』라는 단편 소설들과, 『해설 노태훈(문학평론가): 스토리텔링 애니멀』, 『작가의 말』로 이루어져 있다
믜리도 괴리도 업시,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작가는 말로만 떠들어대면 끝이지만 총체적인 연극과 배우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건 연출가야. 연극이라는 성채의 영주이며 지배자지.
연극을 이렇게 비유해서 보는 것이 흥미로운 시각이었다
요즘 연극과 뮤지컬에 관심이 많아서 더 그랬다
사흘만 있어도 좀이 쑤시는데 백 년이나 버티고 사시다니 교황 성하들께서는 범인과 다르긴 하구나……
이건 이어지는 장면인데 보면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자전거는 달리는 중이었고 내 육체는 자전거 위에 얹혀 있었으며 농부의 유전자에 의해 지배되는 내 무의식은 관성을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았으니.
읽으면서 미래가 불안하고 답답한 면이 있는 주인공이었지만 그래도 멋진 부분과, 대단한 표현들을 느낄 수 있는 단편이었다
작은 푸가 G단조에 대한 감상이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순한 감상을 할 때도 반복되는 단어를 선택해서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작가는 무언가 따뜻한 상황이 생겨나는 듯한 기분으로 표현하는 것이 멋있었다
무엇엔가 제대로 미친 사람들에게는 그런 흔해빠진 쓰레기, 공짜를 백안시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부자가 아니고 명성과 이익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자신이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었다. 그들은 인간 뇌 속의 뉴런처럼 스스로의 일생을 인간의 황금기를 담고 기록하는 뉴런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처럼 창조적이거나 창의적인 적이 없었다. 그들을 좋아하고 그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만남의 연쇄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뿐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 인류의 신경세포에 미쳤다. 새롭게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은 책을 접하는 것과 비슷했다. 책을 꺼내들었을 때의 무게와 냄새, 첫 장을 펼 때의 설렘, 페이지가 넘어갈 때의 조바심과 흥분을 사람들에게서 느꼈다. 사람을 만나고 알게 되고 부딪치고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결국 책을 꺼내서 읽고 생각하고 느끼고 책장에 다시 꽂고 기억하는 것과 비슷했다. 『몰두』 중에서
이 작품은 왜 N이라고 칭하는 걸까 궁금해 하다가
마지막 장에서야 그 의미를 깨닫는 느낌이었다
N분의 1의 누군가, 그게 나인 N
부디 오래. 너절하고 거지같은 그들의, 그들끼리의 리그가 무너지고 스러져 바람 속 먼지처럼 흩날리는 것을 보기 위해 더 오래. 아주 오래오래, 살아 ‘영화’를 보려, 깨달음의 드높은 세계로 가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기대여명 따위 훌쩍 넘어 천년만년 살아남으라. 살아남는 것이 이기는 것. N, 너는 나다. 나의 모든 사랑이며 영원한 전부인, N. 『나는 너다』 중에서
마지막에는 이렇게 해설과 평이 쓰여 있었다
단편 하나에 쏟아부은 서사와 고민 끝에 써낸 소설이라는 평이 특히 와닿았다
개인적으로는 국어 교과서에 실릴 만한 글들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해석할 부분도 많고 배울 부분도 있고... 과거의 글처럼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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