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쓸 작품은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자, 그렇게 된 이유의 책
그리고 이건 개인적으로 <시선으로부터>의 다양한 표지들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표지이다
그 말을 들었던 친구가 이 표지로 책을 구해서 선물해 주어서 정말 감동이었다
처음에는 『심시선 가계도』라는 것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헷갈릴 때 돌아와서 보면 된다
이 책이 심시선 사후 남겨진 가족들의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 장은 심시선이 과거에 한 인터뷰, 작성한 글 등으로 시작한다
앞에는 이렇게 그녀의 말들이 나오고
그 뒤로 자연스럽게 그녀의 자식들(딸과 아들부터 사위와 며느리, 손주들까지)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우리는 심시선이 직접 쓰는 글보다는 그녀가 남긴 말들과 가족들의 평 등으로 그녀를 파악할 수 있지만,
정말로 강렬하고 보편적이지 않은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가족의 이야기, 녹록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낸 선배의 이야기,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었다
여성이라면 읽고 반하지 않을 수 없는 소설이었다
그러니 여러분, 앞으로의 이십 년을 버텨내세요.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모퉁이가 찾아오면 과감히 회전하세요. 매일 그리되 관절을 아끼세요. 아, 지금 그 말에 웃는 사람이 있고 심각해지는 사람이 있군요. 벌써 관절이 시큰거리는 사람도 많지요? 관절은 타고나는 부분이 커서 막 써도 평생 쓰는 경우가 있고 아껴 써도 남아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불공평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모든 면에서 닳아 없어지지 마십시오. p.229
이 부분은 햇빛에 생각이 녹고 말았다는 표현이 좋았다
그렇게 녹아 버린 생각들은 그 정도의 의미였을 거고, 그렇게 따뜻하게 녹아서 더 좋았을 것이다
마지막은 『작가의 말』로 끝이 난다
이 책은 심시선 사후 하와이로 가서 제사를 각자의 방식으로 할머니(심시선)를 기리는 것을 가지고 오자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그게 작가의 어머니가 하시던 농담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게 흥미로웠다
이런 대화 하나로 책을 시작하게 된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윤은 피곤해서 바로 쓰러질 것만 같았는데, 규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우윤은 사촌동생이 무척이나 부러웠지만 꼬인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누군가는 건강하게, 좋은 운동신경을 가지고 태어나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뿐이었다. “아, 무지개.” 졸음에 겨워 기분좋은 얼굴로 지수가 해변 저쪽을 가리켰다. 꽤 선명한 무지개가 보였다. 휴대폰 카메라로 열심히 찍어보더니 아쉬워했다. “엉망으로 찍히네……” “그러게. 눈에는 이렇게 잘 보이는데.” “나 결심했어. 할머니 제사상에 완벽한 무지개 사진을 가져갈 거야.” “뭐?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하는 거야?” 지수의 결정에 우윤은 깔깔 웃었지만, 속으로 자신도 결정했다. 완벽하게 파도를 탈 거야. 그 파도의 거품을 가져갈 거야. p.102
개인적으로는 심시선의 어떤 면모에서는 박완서 작가님이 떠올랐다
내가 어릴 적 가장 좋아하고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 박완서 작가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여서일까?
이렇게 떠오른 김에 기회가 된다면 그 책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늘의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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