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포스팅할 책은 문학과지성 시인선 중 하나인 진은영 시인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이다
종종 느끼는 건데 시집은 정말 제목이 사람을 확 사로잡는다
그런데 막상 펼치면 이게 무슨 비유일까 무슨 내용이지 하면서 어려운 것이 시집인 것 같다
물론 감정이 바로 느껴지는 쉬운 시집들도 있다 (그것도 더 깊은 뜻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시집은 어려운 편이었다
차례는 이렇게 『시인의 말』, 『Ⅰ. 사랑의 전문가』, 『Ⅱ. 한 아이에게』, 『Ⅲ. 사실』, 『시를 쓰며 참고한 것들』, 『해설』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양한 시들이 담겨 있는 시집이었다
첫 시는 시집의 제목으로 쓰인 문장이 있는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말이 너무 예쁘지 않은가?
나는 사랑을 담는 시들을 좋아한다
이렇게 다른 시들도 있는데
보면서 느낀 것이 시들이 꽤 긴 것들이 많았다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시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엉망이야 그렇지만 너는 사랑의 마법을 사랑했지. 나는 돌멩이의 일종이었는데 네가 건드리자 가장 연한 싹이 돋아났어. 너는 마법을 부리길 좋아해. 나는 식물의 일종이었는데 네가 부러뜨리자 새빨간 피가 땅 위로 하염없이 흘러갔어. 너의 마법을 확신한다. 나는 바다의 일종. 네가 흰 발가락을 담그자 기름처럼 타올랐어. 너는 사랑의 마법사, 그 방면의 전문가. 나는 기름의 일종이었는데, 오 나의 불타오를 준비. 너는 나를 사랑했었다. 폐유로 가득 찬 유조선이 부서지며 침몰할 때, 나는 슬픔과 망각을 섞지 못한다. 푸른 물과 기름처럼. 물 위를 떠돌며 영원히 「사랑의 전문가」중에서
그리고 이렇게 해설이 있는 점도 좋았다
나는 시를 어렵게 생각하는 편이라서...
이런 해설이 있으면 이해에 도움이 되어서 마음에 들었다
“사랑과 저항은 하나이고 사랑과 치유도 하나라고 이 시집 전체가 작게 말하고 있을 뿐, 어떤 시도 직접적으로 크게 말하고 있진 않다. 진은영의 정련된 이미지들 뒤에는 얼마나 많은 사유와 감정이 들끓고 있는가. 더 중요한 것은 사유와 감정이 하나의 언어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예술)은 인간을 ‘해결’하는 사랑의 작업이 되고, 그렇게 치유되면서 우리는 ‘해결되지 않는 분쟁’과 다시 맞설 힘을 얻게 된다.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움, 진은영은 그런 것을 가졌다.” 신형철, 해설 「사랑과 하나인 것들: 저항, 치유, 예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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