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책은 백수린의 장편 소설 <눈부신 안부>이다
역시 추천을 받아 읽게 되었고, 따뜻해 보이는 표지가 눈에 띄는 책이었다
차례는 이렇게 장편 소설답게 소설 하나와 『작가의 말』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이 소설 속에서 한 아이의 성장을 맞이하게 된다
가족의 죽음과 그로 인한 변화로 타국에 가서 외로워진 아이를, 주변의 파독간호사들과 그의 자녀들이 보듬어주는 이야기였다
동아리의 선배들을 표현하는 부분이 재미가 있었고
어린 나이에도 집안 상황을 파악하고 어머니에게 예쁘다는 말을 하는 '나', 해미가 대단하면서 멋져 보였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슬펐다
그 슬픔을 이보다 잘 표현한 소설이 있을까?
일주일만 지나면 해가 바뀌고 나는 언니와 동갑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일 년 후부터는 내가 언니의 언니가 될 것이었다. 언니가 살아보지 못한 나이를 나 혼자 살게 된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지만 그 역시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물론 해나에게도 말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선자 이모의 편지를 뒤늦게야 알게 된 '나'의 생각도
선자 이모의 비밀과 편지도 마음에 와닿았다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사람은 희망을 보지. 그리고 희망이 있는 자리엔 뜻밖의 기적들이 일어나기도 하잖니. 그래서 나는 유리병에 담아 대서양에 띄우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네게 보낸다. 나를 위해 너의 편지를 전해준 아이들의 마음이 나를 며칠 더 살 수 있게 했듯이, 다정한 마음이 몇 번이고 우리를 구원할 테니까.
숨기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게 사랑일 테니까. 봄볕이 나뭇가지에 하는 일이 그러하듯 거부하려 해도 저절로 꽃망울을 터뜨리게 하는 것이 사랑일 테니까. 무엇이든 움켜쥐고 흔드는 바람처럼 우리의 존재를 송두리째 떨게 하는 것이 사랑일 테니까. p.100-101
파독간호사에 관한 실제 이야기와 참고 문헌들이 뒤에 실려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나도 파독간호사의 삶에 대해 궁금해지기도 했다
진취적이고 급진적으로 살았던 실존 인물들의 사례가 나도 알고 싶었다
그리고 몰랐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추천사를 썼다는 것을 표지 뒷면을 보고 알게 되었다
거짓말과 이야기가 어디에서 엉키고 또 풀리는지, 이 부분이 정말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따뜻하고도 현실적인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내 삶을 돌아보며 더이상 후회하지 않아.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랐으니까. 그 외롭고 고통스러운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자긍심이 있는 한 내가 겪은 무수한 실패와 좌절마저도 온전한 나의 것이니까. 그렇게 사는 한 우리는 누구나 거룩하고 눈부신 별이라는 걸 나는 이제 알고 있으니까. p.30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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